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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78)
Hey Hayes
나는 행복감을 느끼면 눈을 감고 느낀다. 습관이다. 어차피 내일이 오면 사라질 기분이고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린다. 독일에 유학온다고 마냥 설렜지만 와서 내내 울었고 학교에 합격하고 세상을 다 가졌다 생각했는데 입학하고 세상을 다 잃었다. 회사에 취직하고 짜릿했는데 1년 반이 지난 이후 이직을 준비한다.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나의 눈감고 행복감을 흡수하는 습관은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난 이미 이 책에서 언급된 "행복의 짧은 지속성"을 느꼈기 때문에 생긴 버릇같다. 이유없이 기분이 너무 좋거나 이유가 있어 하늘을 찌를 듯 텐션이 올라오면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쉰다. 언제 또 이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간 또 느끼겠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특히 행복감을 느낄 때 냅다 침대에 눕는 것..
어느 날 우연히 Oldenburg 대학교 도서관에 가는 길목에 주말에만 여는 팝업 케이크 가게를 발견했다. 사실 오다가다 많이 봤는데 외관만 보고 처음엔 극장의 매표점인가 했지만 뒤에 있는 건물이 전혀 극장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가판대에는 "여는 시간: 토,일요일 11:00 - 17:00" 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그 가판대가 여는 날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주말에 커피를 파는 간이 매장 정도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올덴부르크에 놀러와서 같이 그 길목 끝에 위치한 카페를 가는 길에 다시 주의 깊게 살펴보니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그 날도 역시나 사람들로 붐볐다. 밑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 작은 가판대는 상가단지도 아닌 길목에 저렇게 뜬금없이 위치해 있다. 가..
나는 독일에서 석사과정을 거의 마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내 석사논문을 봐주신 교수님이 두번째 지도교수님이 되어주시기로 했고 교수님이 다른 학교의 나와 주제가 비슷한 연구를 하시는 다른 교수님을 첫번째 지도교수님으로 추천해주셨다. 연락을 해야하는데 나는 일단 연구계획서를 잘 정리하고 같이 연락을 드리고 싶어 요즘 연구계획서 쓰기에 매진 중이다. 첫번째 버전의 연구계획서가 대략 완성되어 오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말은 제목과 같다. 잘가라. 아디오스.최근 몇 달 읽고 있는 책들의 영향이였는지 이번 연구계획의 주제는 석사논문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내가 요즘 많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이 전에 내가 다루었던 주제와는 완전히 달랐다. 심지어 읽고 있는 책들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
우리는 밥을 먹고나서 원래 도자기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던 덕에 즉흥적인 우리는 넬리가 그렇게나 예쁘다고 노래를 부르던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나의 전공이 식물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라 나는 식물원에 갈 일이 꽤 많았다. 두둥. 그랬던 내가 오늘 정말이지 천국을 보았다. 내가 방문한 식물원, 정원, 공원을 통틀어 최상의 왕자를 차지했다. 그 이름은 바로 Loki-Schmidt-Garten (로키 슈미트 가든) 이다. 장소를 존경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내가 감히 줄 수 있는 가장 큰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이 정원에 대한 글을 떠오르는 대로도, 시간 순도 아닌 정원의 다양한 매력 별로 나누어 쓰려고 한다. 이렇게 쓰는 것은 어쩐지 학문적 글쓰기의 느낌이 들어 부담감이 절로 생겨나 ..
오늘 내 생일을 맞은 기념으로다가 함부르크의 초콜릿 박물관에 갔다. Chocoversum이라는 곳이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투어에 더 가깝다! 가이드가 동행하는 1시간 반 정도의 초콜렛 투어이다. 주로 독일어로 진행되고 하루에 한번은 영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테마별로 꾸며진 방에서 활동적인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안맞는다면 독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랑 같은 그룹이였던 사람들은 주로 현장에서 티켓을 산 것 같았고 우리는 이틀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갔다. 예약 링크는 밑으로! Chocoversum은 함부르크 시내에 그 유명한 칠레하우스 바로 옆에 있다. 들어가자마자 초콜렛 향기가 한가득 느껴져서 시작도 안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온라인 티켓이 있으면 바로 방탈출 입장하는 곳 처럼 생긴 ..
독후감 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원래 독서를 할 때 하이라이트만 주로 많이 하고 코멘트를 적지는 않았다. 정보에 대한 욕망인가 나는 내 생각에 집중하는 것 말고 다음 장, 다음 정보가 궁금해 장을 넘기기 급급했다. 읽은 책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다른 책의 같은 내용이 비교가 될 지경에 이르렀을 즈음 독서하는 나의 뇌에도 생각할 공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며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지리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동시에 접하고 있는데 내 연구의 주제를 바탕으로 그 여러 학문들이 이어지는 어느 지점이 발견되면서 그 포인트에 나는 떠오르는 질문들을 참지 못하고 적어 내려갔다.내가 어릴 때 나와 내 친구들이 쓰던 그 당시 보통의 독후감은 한 권을 읽고 하나의 ..
지금은 다른 동네에 살지만 Osnabrück에 살았을 때 날잡고 외식을 하고 싶다! 하면 가는 레스토랑이 Ratskeller였다. 처음에 엄마랑 동생이 여행오기 전 맛을 내가 감히 테스트하기 위해 오빠랑 사전답사를 갔다. 그때 슈니첼이랑 학센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슈니첼은 당시에 맛있다고 생각하고 와구와구 먹었으나 작년에 비엔나를 다녀온 이후 심지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여전히 오스나뷔르크 Ratskelller 학센은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Rathaus는 시청이라는 단어이고 Keller는 자하실, 지하창고 등의 뜻이다. 그래서 몇몇 도시의 시청 근처 또는 시청 지하에 Ratkeller 레스토랑이 있다. 내가 사는 Oldenburg에도 Leipzig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한..
비엔나 근처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날. 역으로 가는 길에 구글맵을 따라 걷던 중에 우연히 카를성당을 지났다. 이 성당이 얼마나 유명한 관광지인지 어떤 요소로 유명해진 성당인지 모르고 지나게 되었다. 건축물에 관심없는 사람들의 눈길도 끌만한 외관의 성당이였지만 나는 그 앞 식재에 발길을 멈추었다. 하얗고 고풍적인 건물과 높은 명도, 낮은 채도의 식재 그리고 보들보들한 시각적인 질감을 가진 식재가 조화로웠다. 식재의 색과 형태는 부드러운, 깨끗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닥의 깨끗한 밝은 회색과 베이지색의 그 사이로 보이는 보도블럭도 이 공간의 깨끗하고 낭만적인 느낌에 한 몫하고 있었다. "흐릿흐릿한 형태"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이 형태를 더욱 정확히 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