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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 Loki-Schmidt-Garten 로키 슈미트 가든 (Botanischer Garten der Universität Hamburg, 함부크르 대학교 식물원) 본문

# Landscape/Germany

[독일] 함부르크, Loki-Schmidt-Garten 로키 슈미트 가든 (Botanischer Garten der Universität Hamburg, 함부크르 대학교 식물원)

Hayes Kim 2024. 9. 19. 23:31

Loki-Schmidt-Garten (Kim, 2024)

우리는 밥을 먹고나서 원래 도자기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던 덕에 즉흥적인 우리는 넬리가 그렇게나 예쁘다고 노래를 부르던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나의 전공이 식물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라 나는 식물원에 갈 일이 꽤 많았다. 두둥. 그랬던 내가 오늘 정말이지 천국을 보았다. 내가 방문한 식물원, 정원, 공원을 통틀어 최상의 왕자를 차지했다. 그 이름은 바로 Loki-Schmidt-Garten (로키 슈미트 가든) 이다. 장소를 존경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내가 감히 줄 수 있는 가장 큰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이 정원에 대한 글을 떠오르는 대로도, 시간 순도 아닌 정원의 다양한 매력 별로 나누어 쓰려고 한다. 이렇게 쓰는 것은 어쩐지 학문적 글쓰기의 느낌이 들어 부담감이 절로 생겨나 지양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다. 조경에 관심이 많다면 Duisburg에 Landscahftspark가 아니라 여길 와야 할 정도니까.. 입장료는 무료다!

1. 길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길이였다. 공간을 거닐다 보면 여기저기 사방팔방으로 길이 나있다. 강 따라 한바퀴 빙 돌아 산책하는 석촌호수 산책길같은 구성이 아니고 공간설계자가 유도한 큰 길과 중간에 곡선 길로 나뉘어진 것도 아닌 느낌이였다. 마치 마법세계로 들어가는 공간처럼 수풀로 우거져 있는데도 좁은 오솔길들이 나 있어서 산책한다기 보단 탐험한다는 말이 더욱 잘 어울릴 정도였다. 길들의 종류도, 기능도, 인상도 다 다르게 느껴졌다. 실제로 보도 포장재의 종류들도 달랐다. Rindmulch (한국에서 우드칩이라고 한다는데 한국어 단어로도 존재하는 단어가 있는지, 없으면 왜 없는지, 있으면 있는데 왜 우드칩이라고 쓰는지 알고 싶다. 왜냐면 오늘은 어디라도 시비걸고 싶은 날이고 풀 데는 여기밖에 없으니.. ^^) , 여러 형태과 소재의 자연석, 흙길, 목재 등등 다채롭게도 조성해 놓았다. 이 정원엔 큰 호수가 있다. 인간의 길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동물의 길로 이 "길" 카테고리에 넣는다면 물길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2. 장면
다수의 오솔길들은 공간들을 이어준다. 방향없이 마냥 길을 따라 가다보면 다른 오솔길을 마주한 순간들 보다 더욱 스펙타클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벤치들과 그 공간들도 다 다르게 생겼고 벤치에 앉아 보는 전망도 각양각색이였다. 호수, 정원, 물길, 나무, 꽃, 들판 등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벤치를 찾아가면 된다. 곳곳에 한두개씩 놓여있는 벤치들이여서 혼자 사색을 즐겨도, 친구랑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걷다보면 식물원의 입구를 하고는 갑자기 호수가, 농부의 집이, 무대가, 카페가, 온실이, 들판이, 박물관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Loki-Schmidt-Garten (Kim, 2024)



3. 동식물
식물원인만큼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식재들을 볼 수 있다. 감각정원도 있었고, 작물용 정원, 목가적인 시골정원 등 컨셉별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식물들 이외에 재미가 더 해주었던 것은 바로 그 곳의 동물들이였다. 우리는 이 정원을 거닐며 4-5마리의 다람쥐들, 아기부터 어른까지의 잉어들, 새들을 보았다. 심지어 그것도 매우 가까이. 잉어는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만큼 물과 바닥이 가까웠다. 독특하게도 정말 많은 다람쥐를 보았는데 이렇게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다람쥐들은 터음 보았다. 자기 마음대로 뛰어다니기도 했고 나무 위 달그락 달그락 소리에 고개를 들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뭇가지 위에 앉아 호두같은 견과류를 갉아 먹고 있었다. 잘 안보여서 핸드폰으로 줌을 해서 보았는데 얘가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다. 바짝 선 털들로 꼭 롸커같아 보여서 더 웃겼다.

Loki-Schmidt-Garten (Kim, 2024)



4. 감각
식물원이나 공원에서 다감각을 활용한 컨셉을 종종 볼 수 있다. Bad Zwischenahn의 Park der Gärten 이라는 공원엔 한 예술가가 실제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작업해 그들이 느끼는 각 계절을 촉각적으로 느껴보도록 만든 분수대의 네개의 장식이 있다. 나도 눈을 감고 만져보았는데 추측하는 재미는 무척이나 컸지만 그들의 느낌에 공감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그들이 의도한 것이 관광객들이 맞춰보라는 것을 아니였겠지만. 이 정원에도 촉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나의 방법을 도입한 것으로 보였는데 바로 촉각으로 이 식물을 식별하고 형태를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안내판이다. 처음에 하나만 보았을 땐 학생들이 만든 과제인가 했는데 길을 거닐다 이 안내판을 꽤 많이 보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점자와 이름표도 갖고 있었다. 이게 뭐지하고 만져보았는데 식물의 잎과 줄기의 모양, 질감이 다르게 표현되었고 심지어 토양의 질감도 지표면 위와 다르게 표현해 놓아서 눈을 감고도 어디까지가 땅 밑에 있는 뿌리인지도 손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식물에 대해 알고 보고 느끼는 체험을 제공하는 식물원의 이런 배려를 보고 한번 더 감동을 받아 버렸다.



이 Loki-Schmidt-Garten (로키 슈미트 가든)은 함부르크라는 대도시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많은 식재들이 잘 관리되고 지상낙원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원 덕에 함부르크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았다. 

지상낙원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