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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dscape/International

[오스트리아 비엔나] 카를성당 앞 몽글몽글 낭만적인 식재

Hayes Kim 2024. 9. 7. 00:15

카를성당 (Kim, 2024)

비엔나 근처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날. 역으로 가는 길에 구글맵을 따라 걷던 중에 우연히 카를성당을 지났다. 이 성당이 얼마나 유명한 관광지인지 어떤 요소로 유명해진 성당인지 모르고 지나게 되었다. 건축물에 관심없는 사람들의 눈길도 끌만한 외관의 성당이였지만 나는 그 앞 식재에 발길을 멈추었다. 

하얗고 고풍적인 건물과 높은 명도, 낮은 채도의 식재 그리고 보들보들한 시각적인 질감을 가진 식재가 조화로웠다. 식재의 색과 형태는 부드러운, 깨끗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닥의 깨끗한 밝은 회색과 베이지색의 그 사이로 보이는 보도블럭도 이 공간의 깨끗하고 낭만적인 느낌에 한 몫하고 있었다. "흐릿흐릿한 형태"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이 형태를 더욱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뚜렷하지 않고 흐릿하게 섞여 있는 식재들은 구역을 차지하기보단 서로 섞여서 한 공간을 만들었다. 식물들을 무리지어 구역별로 심으면 강한 경계를 갖기 마련이다. 강한 색이나 형태를 가지는 식물일수록 더 강한 경계를 만든다. 그 경계나 색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거나 색의 대비로 심미적인 연출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제국주의 느낌을 풍기는 정원들에서 식재의 색과 형태의 대비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일상 속에서 그런 구역별로 심어진, 종류별로 심어진, 뚜렷한 대비를 가진 식재들을 주로 본다. 그래서 그 한 식물의 종류에 대해 궁금해져 딱 하나의 그 종만 사진을 찍고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 흐릿한 식재그룹은 전체를 보게 되었다. 멀리서 보았을때 오히려 질감과 색의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굳이 색을 분리해서 보자면 보라색, 연두색, 노란색이 가장 눈에 띈다. 이 세가지 색상을 조합해서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처음보는 색 조합이였다. 중간에 어떤 식물인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점점점 가루처럼 찍혀있는 씨송이들을 볼 수 있다. 이 작은 공간은 형태가 크고 뚜렷한 모양을 가진 "메인" 식재가 따로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나로 묶인 식물그룹 그 전체였다.

공간을 꾸미는 용도로 식재되는 식물들은 '관상용" 식재라고 부른다. 그런데 식물을 볼 때도 종류가 나뉘는 것 같다. 나는 식물을 또는 식물이 심어진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흐릿흐릿 식재그룹이 전체의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면 "분위기 관상용" 식재, 종류별로 심어졌거나 단독으로 심어져 꽃이나 잎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면 "근거리 관찰용" 식재,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처럼 색재의 형태와 색의 대비로 공간이 연출되었으면 "원거리 관상용" 식재, 향기를 가진 식물들이나 허브를 이용해 후각을 활용했으면 "후각 이용" 식재, 등등등이다. 

카를성당 (Ki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