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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포츠담 | 자연주의 정원의 성지, 칼 포스터 (Kahl Foester) 정원 - 1 본문
칼 포스터(Karl Foerster, 1874–1970)는 20세기 중후반 유럽 정원양식에 큰 영향을 끼친 독일의 조경가, 식물학자, 원예가이다.
칼 포스터의 자연주의적 정원은 조경가의 성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국과 특히 프랑스 정원양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한 규모와 칼로 벤 듯 기하학적인 형태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과 귀족층의 권력 과시욕으로 해석된다. 이런 정원양식에 영향을 받은 독일에서 칼 포스터는 이와 반대로 그의 디자인 철학인 식물종 자체의 모양, 색, 계절, 빛 등 각각의 자연적 성질들로 정원을 꾸몄고 이는 자연주의적 정원 (Naturalistic planting design) 이라 불리며 유럽 정원양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칼 포스터는 특히 다년생초화류 (숙근초, perennials) 식재 디자인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숙근초 품종 개발하기도 했는데 특히 칼 포스터 그라스(Karl Foerster Grass) 라고 불리는 Calamagrostis × acutiflora 'Karl Foerster' 가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칼 포스터의 정원은 베를린 근교인 Potsdam에 위치해 있다. 조경에 발 담구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조경이라는 학문안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의 생가와 정원을 볼 기회에 굉장히 설렜다. 포스터가 손수꾸민 정원은 그의 생가가 있는 개인정원이지만 당시에도 Schaugarten (샤우 가튼) 이라는 전시용 정원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정원을 찾아가는 길은 여느 관광지에 가는 길과는 달리 평화로운 주택가 안에 있다.
1912년부터 그가 정원을 조성했고 2010년까지 그의 딸인 마리안네 포스터가 아버지의 정원을 관리했다고 한다. 마리안네는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계절 (원서: Der Garten meines Vaters Karl Foerster, 나의 아버지 칼 포스터의 정원)" 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과 함께 칼 포스터에 관한 여러 저서들이 있는데 조경건축을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내 주변인들은 적어도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음에서 독일 정원 양식 발전에 끼친 그의 영향력과 명성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정원은 식물의 계절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어느 계절에 어떤 날씨에 그의 정원을 방문했는지에 따라 장소를 느끼는 인상도 다를 것이다. 4월 중순 맑은 날에 방문한 내가 느낀 첫 인상은 "평화' 였다. 식재들은 두드러진 몇몇의 색감을 가졌다기 보다 수 많은 색을 물감에 묻혀 뿌려 놓은 그림 같았다. 나는 절제된 세련미보다 어밀조밀 아기자기함을 선호해서 이 알록달록한 장면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개인정원이여서 공간의 규모가 공공 정원에 비하면 크지 않기도 하고 실제로 그의 가족이 살았던 공간인 만큼 사람 사는 맛이 깃들어 있달까.
길을 가로막는 식물들이나 여기저기 삐쭉빼쭉 튀어나온 꽃들 그리고 마구잡이로 아무데나,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듯한 히아신스와 라벤더의 향기까지 딱 하나의 입체적인 그림인 듯 했다. 공간의 명확한 분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바라본 공간이 너무나 예쁜데 어떤 특정한 지점을 내가 예쁘다고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고, 지금 내가 맡고 있는 향기가 어떤 식물들이 함께 풍기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밴치에 앉아서 그냥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예쁘고 뭔가 향기롭고 새가 울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 소리가 듣기 좋았다. 눈 감고 평화를 느끼라고 조성된 순간 같았다.
+
사전에 정원해설투러어나 식물관리 세미나 같은 프로그램에 예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종종 정원에 관련된 플리마켓같은 행사도 하는 것 같다.
위치: Wohnhaus und Garten Karl Foerster
Am Raubfang 7, 14469 Potsdam
오픈시간: 월요일 휴무
1-3월: 9-17시
4-9월: 9시-21시
10-12월: 9시-17시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