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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권진아의 나는 운이 좋았지 본문

# 독일 헤이즈

제 4화 권진아의 나는 운이 좋았지

Hayes Kim 2023. 11. 10. 06:38

권진아도 운이 좋았고 나도 운이 좋았다. 내 삶은 운 중에 운, 그것도 "행"운으로 가득 차 있었고 참 운 좋게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조상신들께서 또는 어떤 차원의 어떤 나라의 신들께서 내 삶을 이렇게나 끌고가주시는지 모르겠지만 내 삶을 돌이켜보면 누군가는 있음이 분명하다. 영원히 난 그들이 그래서 누군지  결코 발견해내지 못하겠지만 언제나 무수한 감사를 드린다. 전생의 내가 있었다면, 전생의 나는 "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면 내가 뭔가 대단히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삶을 살았나? 아니면 원래 랜덤으로 ... 

(와 실시간으로 방금 전에 집에가는 버스 안에서 운에 대해 메모장에 딱 여기 이 위치의 글을 적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매우 몰두한 나머지 버스 정류장 확인을 안하고 있다 순간 정신차리고 고개를 드니까 딱! 내가 내려야될 정거장이였다. 나이스! 봤지 다들?) 

(이어서)... 아무나 그냥 행운 줘보시는데 그게 나였나 아니면 태어나는 애기들 중에 내가 제일 귀여웠나. 어쨋거나 저쨋거나 감사합니다.. 나의 행운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이미 왔고 그것이 "가장 큰" 행운임은 내 모든 삶에 있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기막히고 코막히게 신기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일단 이 이야기에 앞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나는 아기를 좋아한다. 매우! 특별한 에피소드나 그럴 듯한 이유는 없고 나는 그냥 아기를 좋아하게 태어났다. 아바타도 중딩 또는 아기 아바타를 모았다. 그리고 난 공공장소에서 아기가 통곡을 해도 귀가 아프지 않는, 비행기에서 뒷좌석에 아기가 앞좌석을 북으로 착각해 마구 쳐대도 (설사 실수로 내 머리를 쳤다해도) 기분 나쁘지 않는 그냥 타고난 체질이다. 아기는 존재 자체로 귀엽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어릴때부터 아기를 원했다. 내가 가지기엔 아기를 가지는 과정을 몰랐기에 엄마가 아기를 가지길 빌고 또 빌었다. 얼마나 (엄마가) 아기를 가지길 원했냐면 초등학교 고학년때 가족들끼리 베트남 여행을 갔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희미한 기억 속에 뚜렷한 기억 하나가 있다. 

가파른 계단들의 꼭대기에 어떤 사원이 하나 있었다. 난 어린이의 눈높이로 기억하는데 돌 벽같은 느낌이였다. 그 정도로 계단이 많았고 경사가 가파랐다. 그 사원의 동상같은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을 만지고 기도하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전해져 내려오는 설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난 '이거다!' 싶었는지 초딩 5학년이 엄마 아빠 오빠도 없이 혼자 엉금엉금 기어올라 갔다. 그리고 기도했다. "엄마가 아기 갖게 해주세요" 

그리고 몇년이 흘러 난 중딩이 되었다. 어느 날이였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뜬금없이 어떤 수첩을 보여줬다. 산모수첩???? 엄마는 그것을 보여주며 우리는 아기를 입양할거고 그 수첩은 그 산모의 것이라고 했다. 그 산모가 방금 아기를 가져서 1년 뒤에 아기가 온다고 했다. 야호!!!!!!! 드디어 나도 아기있다!!!!!!!!!!!! 우리 집 현관엔 화이트보드가 있는데 거기에 난 디데이를 적고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에 날짜를 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신난 나머지 소문을 미친듯이 내기 시작했다. 얘들아!!!! 우리 집 애기 입양해!!!!!!!!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최소 2주가 지나고 난 여전히 들떠있었다. 집에 엄마와 같이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배에 대고 아기한테 말을 하듯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난 생각했다. '엄마도 아기를 가지고 싶나보다' 그런데 엄마가 마치 본인의 배에 아기가 있는 것 처럼 자꾸 행동을 했다. 뭔가 이상했지만 의심은 개와 고양이나 준 뒤였다. 결국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엄마 애기야!!!!!"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 아니야" "그 산모 애기잖아." "그 산모수첩 뒤에 이름을 봐" "???????????" 

그렇다. 그 산모는 엄마였고 그 엄마의 배에 아기가 있는 것이였다!!!!!!!! 난 사실 엄마의 아기라 더 기쁜 마음은 없었다. 여전히 내가 아기를 갖게 된다는 건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도 없었다. 아기를 가진 엄마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뒤뚱뒤뚱 걷는 것도 귀엽고 방구를 뿡뿡 뀌는 것도 귀여웠다. 아기가 엄마 배를 펑펑 발로 찰 때 내가 만져보는 것도, 얘가 아직 배에 갇혀있으니까 괴롭혀보고 있는데 벌써 엄마한테 한소리 두소리 세소리 듣는 것도 너무 좋았다.  엄마. 엄마는 임신했을 때가 리즈시절이였던 것 같아.. 아기의 태명도 내 맘대로 내가 지었다. 어느 오일장에 나무 문패를 만들어주는 부스에 가서 나는 태명패(?)를 제작했다. "하얀이네" 하얀이가 된 이유는 그 당시 외모지상주의에 지배된 나는 나의 까만 피부가 싫었고 태어날 아기는 하얗게 태어나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 문패를 나는 집으로 직행해선 내 방에 걸었다. 너는 나와 이제 한 방을 쓰게 되리라..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아기의 태명을 알게 되었다. 

아기는 열심히 자랐다. 분명히 검은 초음파 사진에 하얀 작은 점이였는데 점점 큰 점이 되어갔다. 분명히 저 작은 하얀 점이 아기 그 자체랬는데 이제 저 큰 하얀 점은 얼굴이라고 했다.엄마는 노산이기 때문에 위험해서 서울에 큰 병원에서 그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나오면 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갈 예정이였는데 낳아보니까 너무 건강해서 며칠 후 바로 집으로 오게 되었다. 난 아기가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다. 나는 학원에 다녀왔고 아빠는 엄마랑 아기한테 갔다 왔다. 아빠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사진을 찍었고 날 보여줬다. "으윽.." 이렇게 쭈글쭈글한게 아기라니! 집에 올때는 조금 더 귀여워져서 와주길. 


아기가 집에 오는 날. 내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내 온갖 설레발을 다 들었어야했다. 하루종일 시간이 너무 안갔고 난 온종일 생각했다. '아니!!!!! 오늘부터 집에가면 집에 아기가 있다니!!!! 내가 아기가 있다니!!!!' 발을 동동 손을 동동 얼굴을 동동 거리다 종례를 겨우 하고 윗학년인 친척 언니랑 같이 집에 가기 위해 언니네 반에 올라가서 또 손발을 동동 거리며 기다렸다. 아니 왜 하필 오늘 청소를 하고 난리야!!! 우리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드디어 집에 그것도 아기가 있는 집에 입성했다. 집은 너무 따뜻했다. 정말 온도가 따뜻했다. 아기한테 곧장 달려가려다 더러운 손을 세정하고 오라는 기분 좋은 한 소리를 듣고 두번째로 곧장 달려갔다. 아기.. 너무 작아.... 아기가 너무 작았다. 쭈글쭈글하지는 않은데 너무 작아서 이게 발이라니 이게 손이라니 이게 손가락이라니 이게 발가락이라니 이게 궁댕이라니 하다가 머리 냄새를 맡았다. 그 곳은 천국이였다. 나처럼 행복한 인간이 또 있을까. 그리고 핸드폰으로 아기 얼굴 사진을 찰칵 찍고는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내 아기.... 내 아기!!!!! 내 아기는 아기고 학원은 학원이였다. 난 학원에 거의 끌려갔다.. 그리곤 카운터에 계시는 선생님께 내 배경화면을 보여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아기를 너무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선생님은 "어머! 얘가 네 동생이야?" 하셨다. 난 씨익 웃고 맞다고 대답한 뒤 열심히 공부 (안)했다. - 여기서 신기한 사실! 그 아기는 열심히 성장해서 현재 내가 동생을 갖게 된 나이와 똑같은 중2이다. 그리고 내가 다녔던 학원을 다니고 있고 "어머! 얘가 네 동생이야?"하셨던 선생님에게 수학을 배우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아기를 가졌다. 아기가 갖고 싶다고 이렇게 쉽게 갖게 될 일인가? 기도한다고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인인가? 엄마랑 아빠는 이미 중딩1과 고딩1의 자녀가 있었으며 충분히 젊지 않았고 심지어 이 아기의 탄생은 의학적으로 (아빠쪽에서)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래서 엄마도 아기 가졌을 때 암인 줄 알고 병원에 갔었다고 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이네요! 뭐 그런거였나보다. 하얗게 태어나라는 내 소망이 담긴 태명을 가졌던 하얀이는 정말 신기하게도 까만 피부 가족유전을 뚫고 매우 하얗게 태어났다. 내 기도의 힘은 어디까지인지 그녀는 현재 되게 하얀 중딩이 되었다!!! 나는 아기가 잘때면 너무 귀여워서 뽀뽀를 갈기는 것 외로 얘의 삶이 그냥 너무 넘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행복이 제일 중요했는데 내 행복을 영끌해서 다 줘서라도 얘의 행복을 넘치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얘는 기존의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잔뜩 받고 살라고 신이 주신 선물같다고 생각했다. 작정하고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애 같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얘가 주는 사랑이 더 큰 것 같다. 이 하얀 중딩의 애교와 익살이 아니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 그냥 존재 자체가 우리 가족한테 사랑이다. 그렇게 이 선물같은 아기는 내 동생 꿀토끼는 내 삶의 최고의 행운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될인가? 아기가 갖고 싶다고 현대의학을 뚫고 엄마한테서 아기가 태어났고 하얗게 태어나라고 했다고 저렇게 하얗게 나와주고 사랑받고 자라랬다고 사랑덩어리로 살고 있다. 난 내 행운을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웬 걸 나의 행운은 아직도 이어진다. 나중에 내가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도와주시는 분들께 제대로 인사드리고 여쭈어봐야겠다. 도대체 이렇게 해주신 이유가 뭐였는지. 행운 혜택자 랜덤이였는지 아니면 내가 언제 한번 제대로 진짜 귀여웠는지. 

나는 하늘께 기도를 종종 한다. 존댓말로 한다. 인생을 살다 가끔 이건 좀 너무 하다싶으면 하늘에 대고 중지를 양 손으로 날린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잊어달라 다시 기도한다. 나는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무작정 내 인생을 잘 풀리게 해달라고 기도하진 않는다. 어차피 안들어주실거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들어주실 것 같은 부탁을 한다. 혹시 지금 우연히 지나가시다 제 기도를 듣게된 하늘님. 가는 길 가시다가 우연히 저의 조상님을 만나시거든 제 인생을 종종 봐달라고 해주세요.. 친할머니 할아버지, 남자친구의 아버지께 매번 힘들때는 아니더라도 제가 너무 너무 힘들어서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때 그때 딱 한번만 그냥 도와달라고 해주세요... 하늘님. 인생이 전반적으로 잘풀리는 건 제가 알아서 어떻게든 해볼라니까 그걸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낼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저는 알아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볼라니까 제가 이제부터 머리속에 그리는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에 힘써주세요.. 한 50명 정도를 그리다 아 여기까지는 욕심인가 싶어 다음 기도로 바꾼다. 그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도 잘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