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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나의 첫 여행 - 내가 그리운 건 그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일지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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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나의 첫 여행 - 내가 그리운 건 그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일지도

Hayes Kim 2023. 11. 13. 05:25

첫 여행 기념으로 내가 제작한 여행동영상 (내 영상제작 사랑의 시작이자 계기!)

내 여행의 시작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떠난 싱가폴이였다. 처음으로 내 돈을 모아서 비행기를 사고 처음으로 여행계획이라는 것을 짜봤다. 해외여행 계획은 어떻게 짜야하는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싱가폴 여행책을 샀는데 뭐가 많이 적혀있고 난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봐야하는지도 몰랐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여행 가기 전 체크리스트를 프린트해서 체크까지 열심히 하고 다이소에 들려 비행기에서 지루할때 할 미니레고도 샀다. 비행기에서 결국 쏟고 잃어버렸다. 비행기가 그렇게 좁을 줄 몰랐다. 비행기를 타본 첫 경험은 아니였으나 가장 최근 경험이 체구가 작았던 초등학생때였다. 우리는 그렇게 일단 도착을 했고 처음으로 낯선 나라의 낯선 냄새를 맡았다. 여행 내내 열심히 돌아다니고 구경했다. 여행이 뭔지 여행이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우리는 그냥 여행을 했다. 미친듯이 웃겼다. 숙소에서 망고를 썰어 먹던 것도, 같이 수영하던 것도, 아침에 친구들을 핸드폰 알람으로 깨운다며 2층 침대에서 핸드폰을 던져버린 것도 하루종일 웃겼다.

리버스베이 (영상 장면)

여행의 마지막 날이 결국 찾아왔고 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히 짜증이 났고 온갖 설명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래서 공항에서 말을 아꼈다. 그런데 왠지 친구들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친구들도 말을 아끼는 것 처럼 보였다. 우리는 싱가폴에서 베트남으로 환승을 했어야 했다. 베트남에 도착했고 인터넷도 안터지는 상황에서 우리 셋은 별 말없이 앉아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가만히 지루하게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에서 영어로 친구 중 한명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부르며 곧 출발하니 몇번 게이트로 지금 당장 오라고 했다. 외국인이 발음했고 내 친구 이름이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되게 이상하게 들렸다. 그래서 우리는 피식하며 장난을 쳤다. "야, 너 오래" 그리고 그 다음 이름을 불렀는데 내 이름이랑 굉장히 비슷하게 불렀다. 그래서 우리는 슬슬 웃기기 시작했다. "야, 너도 오래. 빨리 가" 그 순간 그 다음 이름.. 어느 나라 사람이 발음해도 너무 쉬운 마지막 친구의 이름이 불렸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셋이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뛰어가는데 셋이 동시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버렸다. 서로 왜 웃는지 이유를 물어 볼 시간도 없었다. 누가 너무 웃겨서 못 뛰면 다른 사람이 웃겨서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게이트로 달려갔고 우리는 다행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타고나서도 웃음이 안멈춰서 대화도 못하다가 진정하고 서로 왜 뛰었는지 물어봤다. 이유는 다 똑같았다. 이렇게 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냥 웃겼던 것이였다. 비행기를 못탈뻔 했다는 것도 우리한테는 미칠듯이 웃긴 에피소드였다. 못탔으면 더 웃겼을 뻔 했다. 그렇게 우리의 뭔지 모를 우울한 분위기가 사라졌고 한국에 도착했다. 집에서 각자 쉬다가 저녁에 우리가 자주 갔던 곱창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집에 도착하기 기분이 너무 안좋아졌고 이유는 기억이 안나지만 엄마랑 싸웠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난 엄마랑 싸운 얘기를 했는데 다른 친구도 기분이 다시 안좋아졌고 엄마랑 싸웠다는 것이였다. 다른 한 명은 집에 엄마가 안계셨어서 싸우진 않았는데 기분이 안좋았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똑같이 기분이 안좋아졌다는 사실에 또 미친듯이 웃겼다. 방금까지 싱가폴이였는데 다시 한국에 있다며, 여행 가기 전에 실감이 안났는데 갔다와서도 실감이 안나는데 그러면 실감이 난 적이 없다는건데 이게 그럼 우리가 싱가폴에 갔던게 맞냐며, 사실 안갔던거 아니냐며 만담을 나누다가 미친듯이 웃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마지막 날 느꼈던 감정은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이였던 것이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이 감정은 우리가 이 여행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온 것이였다. 

우리 셋은 얼굴과 성격은 다르지만 결이 맞았다. 우리의 여행 계획은 "이거 할래?" "그래" "오케이" "저건 어때?" "그래" "오케이" "그럼 이건?" "싫어" "오케이" 이런 류의 흐름들이였다. 우리의 여행엔 잘못된 길로 가는 것, 버스나 지하철을 반대로 타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신기한 건 그럴때마다 셋이 웃음이 터진다는 것이였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러냐고 어차피 제대로 타는게 더 이상하다면서 어느 누구하나 다음번엔 잘타리라는 마음도 없이 다음번에 여지없이 다시 거꾸로 타고는 했다. 지금도 이 친구1과 친구2와 만나면 (어디든지 상관없이) 여지없이 이런 사건사고들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게 너무 웃기다. 지금도 내 귀에 친구1과 친구2의 개성 가득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에게 이 첫여행이 너무 소중했고 나는 꽤 오래 싱가폴이 여행가기 좋은 나라였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지로 싱가폴을 거의 싱가폴 홍보대사처럼 추천하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내 수많은 여행들 속에서 이 첫 여행이 잊혀지지도 않고 이렇게 내 마음에 소중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첫 여행이여도 아니고 싱가폴이여서도 아니였다. 나라가 아니라 친구들이였다. 내가 그리운 것은 싱가폴이 아니라 친구들이였다. 오늘따라 더 보고싶다!

스무살 셋의 싱가폴에서 알코올 마시기 (영상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