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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A] Wisteria floribunda, 등나무 본문
이 사진은 독일 Freiburg라는 도시에서 우연히 좁은 길가를 두고 양쪽 건물 입면들이 등나무의 보라색 꽃과 갈색 줄기로 꾸며져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열심히 (나를) 찍은 사진 중에 그나마 내가 안나오고 등나무가 나온 사진이다. 등나무의 화사한 외관은 누가봐도 아름다운 모습이라 관상용으로 주로 재배된다고 한다. 그치만 이렇게 예뻐도 다른 나무를 지지대로 타고 올라 못살게 굴기도 하는 덩쿨식물이라고 한다. 꼭 콘크리트 건물에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메달려있는 모습이다. 거꾸로 자라는 히아신스같기도 하다. 살면서 등나무의 저 꽃송이들을 의식적으로 만져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 나다. 한 손으로 살짝 잡고 쓸어내려보았다. 꽤 추천한다. 되게 부드럽다. 어떤 식물원에서 좁은 길 지나가는데 우연히 등나무가 길의 입구를 꾸며주는 것 처럼 길을 가로지르는 지지대를 감싸고 그 길의 문발처럼 메달려 있었다. 호기심을 절대로 참는 법이 없는 내 회사동료는 등나무 밑으로 들어가더니 분홍색 꽃송이를 자신의 머리카락 위에 얹었고 핑크색 머리라며 외쳐대고 셀카를 찍어댔다. 어쩌라는건가 싶었는데 저런 모습을 회사에서도 꾸준히 보여주는 친구기에 그 여전함이 살짝 귀여웠다.
그 당시에 핑크머리를 외쳐대는 동료 1과 직업병이 발동해 놀이터를 만들 때 이런 소재들을 이용해 판타지를 심어줘야한다며 연설하는 동료 2가 하나밖에 없는 내 정신을 둘로 쪼개 흔드는 바람에 등나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사진으로 보니 너무 예쁜 문발이다. 결혼식같은 로맨틱한 행사에서 신랑신부 신랑신랑 신부신부가 손으로 살짝 걷고 베시시 웃으며 등장하면 완전히 영화의 한 장면일 것 같다. 왠만한 결혼식에서 어지간하면 우는 나는 이렇게 등장하는 장면을 실제로 보면 그 등장하는 인간들이 누구든 울어버릴 것 같다. 등장하는 신부가 나였으면 좋겠다. 실내에서 결혼식이 진행된다고 한다면 대충 모방해서 의식이라도 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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