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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ra

[FLORA] Nassella tenussima, 털수염풀

Hayes Kim 2024. 8. 31. 01:23

Nassella tenuissima (Kim, 2024)

털수염풀
Nassella tenuissima
Mexikanisches Federgras, Engelshaar 

보슬보슬 부들부들 털수염풀을 만져보았다. 한국식 이름으로는 털수염풀, 독일식 이름은 Feder 깃털 또는 솜털같은 것, Gras 풀, 그러니까 솜털풀인가보다. 그리곤 Engelshaar가 늘 뒤에 붙는 이름인지 별명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얘 이름을 찾아보았을 땐 이름 맨 끝에 붙어있는 이름으로 나왔다. Engel 천사, Haar 머리카락. 천사의 머리카락이다. 이 이름이 제일 마음에 든다. 

내가 이 풀을 처음 만졌을 때 천사의 머리카락까지는 생각하진 않았다. 난 꼭 포메라니안을 만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말로 내뱉었다. 포메라니안을 만져본 적 없는 것 같지만 내가 형용할 수 있는 단어 중 가장 부드러움을 잘 표현하는 단어였다. 공부 좀 해야겠다. 예쁜 꽃과 풀들은 보는 즐거움이라 생각해왔다. 조경을 공부하며 비단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 특히 후각적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느껴보는 정원이나 공원같은 컨셉도 적지 않게 봐왔다. 근데 촉각은 나에겐 신선했다. 잔디 밟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 만지지 마시오, 눈으로만 봐주세요, 아파요 등등 이런 메세지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가 식물을 만진다는 것은 나에게 그렇게 익숙하진 않았다.

당연히 내 맘대로 아무렇게나 식물들을 만지는게 썩 좋아보이지 않는 것은 맞지만 식물한테도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촉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만지지마시오" 가 아니라 "만지시오" 라고 적혀 있는 팻말을 보면 얼마나 웃길까? 이 보들보들 털수염풀 앞에 대놓고 만지라는 팻말을 본다면 난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난 어릴때부터 뭔가 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을 무의식적으로 (가끔 의식적으로) 만진다. 원래 엄마 뱃살을 만졌는데 할머니네서 잘 때는 할머니 눈꺼플을 만지고 잤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할머니 눈꺼풀은 쭈욱 늘어나니 진짜 느낌이 좋았다. 할머니가 안깨셔서 다행이 혼나지는 않았다. 보들보들 담요를 만지고 자는 것도 좋아한다. 

만약 이 털수염풀이자 천사의 머리카락에게 아무리 만져도 얘한테 아무 영향이 가지 않는다고 하면 나는 얘를 반려식물로 키우고 싶다. 실내에서는 못키울 것 같으니 밖에 두고 햇빛 좀 쐬어두다 몇시간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좀 만지다가 다시 돌려놔야겠다. 내가 물을 줄테니 너도 일을 해야지 ^^.. 아 내가 정원있는 집으로 가서 얘 옆에 의자를 두면 되겠다. 더 원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가자! 

보들보들 털수염풀 (Ki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