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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처음으로 홀로 맞는 새해 준비, 새해 전날에 먹는 빵 Berliner (베를리너) 본문

# 독일 헤이즈

[Germany] 처음으로 홀로 맞는 새해 준비, 새해 전날에 먹는 빵 Berliner (베를리너)

Hayes Kim 2023. 12. 31. 02:56

오늘은 2023년 12월 30일이다.
나는 원래 이번 새해맞이를 뒤셀도르프에서 친구들과 보낼 계획이 있었다. 최근에 독일에 비가 심하게 내리면서 홍수가 났다. 그래서 몇몇 구간의 기차 선로들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게 내 동네였다. 우리 집에서 뒤셀까지 원래 경로대로면 한번의 환승과 함께 세시간이면 충분히 갔다. 근데 홍수로인한 기차 취소와 우회로 뒤셀까지 가려면 총 세번의 환승에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로가 가장 짧은 루트였다. 난 어제 독일 남부에서 북부로 6시간 장거리 이동을 하고 오늘도 기차로 두시간을 이동한 탓에 내일 또 뒤셀도르프까지 저 말도안되는 경로로 우회해서 가려니 막막했다. 새해는 혼자 보내본 적이 없어서 친구들과 북적북적 지내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힘들 듯 하여 이번 2024년은 독일에서 혼자 맞아보기로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로 맞아보는 새해이기 때문에 내일 내가 어떤 기분일지 어떤 경험을 할지 기대가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쨋든 맛있는 음식으로라도 채워보자는 의미에서 오늘 잔뜩 장을 봐왔다.

독일에서 새해 전날은 Silvester 라고 부르며 실베스테어라고 읽는다. 내 주변에 많은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내고 이 Silvester, 새해 전날을 친구들과 보낸다. 자정이 넘어갈때 불꽃놀이를 하는 것도 독일 새해 전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12월 말부터 간간히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다가 31일에 가까워질수록 들리는 빈도수가 잦아지며 31일 밤 12시에 미친듯이 터뜨린다. 난 개인적으로 폭죽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베를리너 (Foto Oliver Hoffmann)

내가 홀로 새해 맞이 준비로 사온 것은 바로 Berliner 베를리너라는 빵이다. 독일에서 새해 전날에 베를리너 (Berliner) 라는 빵을 먹는다. 베를리너는 우리나라 던킨도너츠의 과일잼으로 속을 채워넣은 도넛과 비슷한 빵이다. 독일인들이 새해 전날에 베를리너를 먹는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사순절(부활절을 앞두고 40일 전부터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는 기간)에 하는 금식에 대비하여 고칼로리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이유라고 한다. 

다양한 맛의 베를리너들 (Foto Rechenberg)

베를리너는 빵집이나 슈퍼마켓의 빵 코너에 연중으로 만나볼 수 있지만 유독 새해 전날이 다가올 즈음엔 다양한 종류의 베를리너들이 가장 앞 진열대를 채우고 있고 사람들은 함께 있을 사람 수에 맞춰 베를리너를 사간다. 난 초코맛으로 샀다. 이 베를리너들로 복불복 게임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 베를리너에는 과일잼 대신 "겨자"를 넣는 것이다. 겨자맛에 당첨된 사람에겐 어떤 의미가 부여되어서 이런 게임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냥 뭐.. 재미를 위해 하는 것 같다. 난 혼자 보낼 것이기 때문에 겨자맛을 굳이 만들진 않았지만 나중에 친구들과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2023년 마지막 날인 내일. 나는 초코맛 베를리너 하나와 무알콜 스파클링 와인으로 2024년을 맞아볼까 한다!

나의 초코 베를리너 (Hayes, 2024)
헤이즈와 도미닉. 2024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