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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를 떠난 생활 - 동의어 “외로움” 본문

# 독일 헤이즈

내 나라를 떠난 생활 - 동의어 “외로움”

Hayes Kim 2023. 11. 18. 02:36

인천공항에 다 와가는 대교 위에서

모든게 다 새롭고 설레였던 시작이였다. 독일살이 어느덧 4년차. 나보다 더 오래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에겐 4년은 그저 애기같고 아직 고국을 떠난 삶이 여전히 뭔지 감도 못잡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4년동안 "독일어 학원 - 독일어 시험 - 대학교 지원 - 대학원 생활(현재 막바지) - 회사" 까지의 과정을 거쳤고 거치고 있다. 대학교 지원할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순조로웠다. 그리고 드디어 첫 학기... 뭐라는 거냐 얘들아 천천히 말해라.. 교수님 제발 천천히 질문하지 말아주세요.. 얘들아 너네 왜 가방에 물 몇리터씩 가지고 다니냐 무겁지도 않니.. 그리고 니네 젤리 그렇게 많이 있으면서 왜 안나눠먹냐.. 난 그렇게 혼란의 첫학기를 맞이했고 나는 처음으로 "혼자"라는 감정을 느껴봤다. 

첫 날부터 지금까지 외로움은 날 졸졸 쫒아다녔다. 난 성향 자체가 슈퍼 외향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딱 하루만 집에만 있으면 무조건 두통이 찾아 올 정도였다. 독일 생활 전까지 어디에 소속되어있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일상생활이며 학원생활이며 소풍이며 수학여행이며 나는 누구랑 함께 갈지, 누구랑 앉을지, 누구랑 밥을 먹을지, 오늘 끝나고 누구랑 등교할지 혹은 하교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늘 친구들이 있었고 내 친구들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가도 먼저 와있는 애들한테 그냥 다가가서 "너 혼자야? 아는 애 있어? 나랑 같이 갈래?" 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별 생각도 없었다. 고등학교때는 첫 날에 *옆 반*애가 오더니 날 *우리 반* 애들 몇명한테 데려가서 "우리 얘랑 같이 놀래?"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내 성격은 독일 대학원 첫 날에도 아직 남아있었나보다. 첫 오리엔테이션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모든 애들이 이미 무리가 나뉘어져 있었다. 내가 지각을 해서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98프로 다 이 학교에서 학사졸업을 하고 이어서 석사를 하는 것이였기 때문에 이미 그렇게 나뉘어져 있던 것이다. 난 혼자였다. telc c1가 있긴 했지만 젠장! 아무 소용도 없었다. 긴장까지 추가되니 뭐 독일어가 제대로 들릴 턱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에 다가가서 안되는 독일어로 "나.. 여기에 (너네가 서 있는 이 곳) 서있어도 돼?" 하고 물었다. 그 애들은 당황 + 친절의 표정으로 "당연하지!" 했다. 뭐 같이 서 있긴 서있고 어딜 가니 따라가긴 하지만 난 말도 못알아듣고 그러니까 말도 못하고 무슨 유령처럼 따라다녔다. 독일인 1명이면 나의 당시 처참한 독일어를 기다려주지만 다수는 그게 안된다. 그렇게 하루를 유령처럼 보냈다. 내가 안보이는구나 싶었다. 뭐 그래도 탓을 내 독일어로 돌렸다. 난 잘못한게 없다...  내 터무니 없는 질문들에도 웃으며 대답해준 너희들도 나에게 최선의 노력을 해줬고 그래서 너희에겐 참 고맙다... 이 날은 어쨋거나 "혼자"를 처음 경험하는 날이였다. 한국에서도 혼자일때가 있었지만 적어도 자의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언어가 문제같다고 생각했다. 언어라는 건 노력하면 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그래서 노력할건데 시간이라는게 늘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이미 알았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그때까지 이걸 경험해야된다는 소리니까.. "독일인의 독일어"를 목표에 두었으니 내 욕심도 과했다. 독일어를 정복하리라는 열정도 학교나 쉐어하우스에서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그룹활동이 있을 때면 다시 무너졌다. 소외감이 자신감을 하락시켰다. 그러니까 더 외로워졌다. 이 외로움을 아무리 많이 견뎌냈다고 해도 두번은 없었으면 좋겠는 감정이다. 시간이 걸려도 내 열정은 매번 다시 회복된다. 그렇지만 외로움에 무너지는 마음이 늘 더 빠르고 강하다. 

그동안 독일어도 많이 늘었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독일 생활 4년차의 나에게도 외로움은 여전히 찾이온다. 이 감정에 하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대신 무너졌을 때 대처하는 법, 덜 힘들게 넘어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앞서 언급했듯 슈퍼외향인이다. 독일 친구들은 나를 내향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난 엄청난 내향인 가면을 쓰고 있다. 언젠간 이 가면이 벗겨질 날이 오겠지만 편안히 벗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내향인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은 어차피 난 외로움을 계속 느끼게 될 것이다. 굳이 가면을 벗으려고 애를 쓰진 않는다. 애를 쓰는 것도 피곤하다. 언젠간 벗겨지겠지 하며 그냥 정도껏 노력만 하며 살아간다. 

외국살이의 외로움이 극복된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이랬다. 

1년 차: 안외로움, 그냥 막 신나요! 향수병은 어떤 향수죠
1년 차 말기: 새벽에 깨면 왜 엄마가 보고싶을까? 잠깐. 나 이거 눈물이니..? 그냥 울어버리자
2년 차: 학교 입학 그리고 매일 소외감 - 너무 외롭다 -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근데 낮엔 할게 있으니 이따 오늘 밤에 11시쯤에 울기로 예약 - 앗 나 오늘 안된다 내일 밤으로 변경
3년 차: 문제는 소외감이 아니라 내 과제.. - 점점 더 짜증나고 더 억울하고 더 외롭고 - 뭐 한두번이냐 - 기대되는 약속/여행 계획해두고 버티기 시전 - 갔다와서 그 기억으로 버티기 시전 - 반복
4년 차: 일단 내가 너무 바쁘다 - 그러다 외로움과 소외감이 예고도 없이 세게 옴 - 에휴 헬스나 가자 - 에휴 수영이나 가자 - 에휴 도서관이나 가자 - 에휴 마라탕이나 먹자 - 외로움 - 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 - 외로움 - 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 - 외로.. - 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 - 외.. - 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헬스수영도서관마라탕 - 피곤하다

5년차 아니 앞으로의 n년차의 나는 또 달라져 있겠지! 나 화이팅이다

다같이 셀프 퐈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