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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조경과 고고학

Hayes Kim 2023. 11. 26. 20:32

나는 독일에서 조경이라는 학문을 접했고 조경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무엇을 공부하냐는 질문에 조경이라고 답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신기함과 호기심이고 조경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그럴때 나는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진 학문인 "건축"을 사용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건축에서 건축물 말고 야외공간 있잖아. 그 공간을 다루는거야. 공원같은거 아님 너가 지금 밟고 있는 길같은거."  과연 그럴까? 사실 나 스스로 조경이라는 학문이 무엇인지 되물어본 적도 없던 것 같다. 조경의 정의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으며 공감갔던 조경의 정의는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채널 푼시의 조경이야기에 찾을 수 있었다. "조경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조경은 공간과 사람 그리고 식물까지 다룬다. 그리고 이 세가지는 모두 "생명"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이 세가지의 생명들은 유기적이고 변동적이며 역동적이다. 특히 식물이나 인간의 휴게공간을 다뤄질때 생명을 위한다는 것은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조경은 땅과 토양의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아가 도시의 역사 쓰게한 상하수도 시설이나 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도시의 생태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공간과 사람의 생명이 다뤄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경을 심미적, 생태학적, 고고학적, 물리적, 심리적, 창조적, 설계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조경은 포괄적으로 건축에 속하는 학문이며 풍경과 공간을 심미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식물과 토양을 생태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공간의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공간의 이야기를 창조해내기도 하고 공간의 배치와 요소 그리고 식재를 설계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조경은 땅에 닿아 있는 모든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땅 위에 닿은 공간뿐만 아니라 땅 밑으로 닿은 공간도 포함된다. 조경은 지표면 아래 토양에서부터 시작되며 가장 마지막이 지표면 바로 위 물체와 사람이다. 공간을 다룬다는 특징은 건축이라는 학문과 동일하지만 다른 것은 조경은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 외의 모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조경은 이처럼 공간을 수평적으로 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특히 나는 고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조경을 좋아한다. 우연한 계기나 멋진 이유는 없고 단지 내 취향이다. 고고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조경은 무엇일까? 고고학에서 조경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대로 조경은 고고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조경과 고고학은 지질학과 지리학, 생태학 건축과 협업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일 것이고 사람의 인지와 행동을 다루는 점도 비슷하다. 공간을 보존, 보수 때로는 복원한다는 것도 같다. 조경은 주로 공간을 "제공" 하는 행위를 하지만 고고학은 공간을 "발견" 하는 행위를 한다. 조경은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는 행위를 하기도 고고학은 공간이 본래 지닌 이야기를 해석해 찾아내는 행위를 한다. "역사적 조경" 은 고고학에 포함된다. 이 둘은 공간의 옛 시간을 다룬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공간과 공간 구성요소들은 보존되고 관리된다. 뿐만 아니라 언급할만한 두 학문의 공통점은 바로 공간의 옛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통해 공간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두 학문은 옛 시간의 공간을 다루기에 공간이 오늘날 현존하지 않을 수도 또는 흔적만이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실존했던 역사적 이야기로 공간과 공간요소들은 지도나 그림과 같은 표현수단을 통해 또는 언어와 글같은 전달 매개체를 통해 상상 속에서 재구성된다. 

오늘날의 고고학에서 경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공간의 해석"과 "공간의 복원"이라는 두가지의 방향에서 그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간의 해석"의 관점에선 그 시대의 공간과 공간요소들을 주변 경관과의 관계와 의미 속에서 해석하는 고고학적 관점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며 "공간의 복원"의 관점에선 땅을 훼손하지 않고 유적과 유물을 보호하며 그 전체의 공간을 상상속으로 복원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궁금증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두가지의 질문은 다른 유형이지만 공간의 옛 모습과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 즉 공간을 (각각 해석과 상상으로) 이해하는데 목적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 안에 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