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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유쾌함의 힘!

Hayes Kim 2024. 1. 1. 23:40

오빠랑 나는 매년 전통을 만든다. 웃긴 것은 우리는 전통을 만들기는 하지만 다 1회성이다. 첫 전통은 2021년 새해를 맞이할 때 였는데 우연히 스페인 요리 Fajitas를 만들어 먹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맛있게 되었고 각종 소스들로 상다리가 부러질 뻔 했다. 너무 맛있어서 우리의 기분이 급상승을 했고 감격에 겨워 새해 맞이 전통으로 Fajitas를 먹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당시 돈을 아끼고 있었기에 각자 5유로 이내로 슈퍼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사서 방안에 숨겨놓고 보물찾기 놀이도 했다. 다른 전통들이 생기는 탓에 그 행사는 1회성으로 그쳤지만 그 당시만큼은 진심으로 매년 할 작정이였다.

2021년을 위한 Fahitas (Hayes, 2020)


그리고 2023년에 우리는 7주년을 맞았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그림을 그려 서로 선물하기로 했다. 상대에게 주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우리는 동네 근처 화방에서 재료들을 사고 (연어도 잔뜩 산 뒤 연어를 먹으며) 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림에 소질을 갖고 있는 오빠는 멋진 그림을 나에게 선물했다. 귀여운 호박벌을 그려주려고 했으나 내가 의도를 파악하고 곤충의 모습은 싫다고 강력하게 어필한 탓에 호박벌이지만 다소 상징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나는 거의 겨울방학 숙제 수준의 그림을 오빠에게 선물했다. 의미는 거창하게 담았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 그림 선물을 해주는 것이 되게 좋았고 앞으로 우리 기념일의 전통으로 정했다. 이것 또한 일회성일진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일회성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제 1회 그림선물 (Hayes, 2023)


그리고 작년인 2023년 12월 말의 우리 둘은 상황상 2024년을 같이 맞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전에 함께 있을 때 날짜를 착각하기로 하고 12월 31일에서 2024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행위를 하기로 했다. 샴페인과 치즈를 준비하고 "와라! 2024년" 이라고 적힌 화면을 띄우고 미리 새해를 맞이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서로 덕담도 주고 받았다. 너무 웃겼다.

미리 축하하는 "와라! 2024" (Hayes, 2023)


그리고 2024년 1월 1일 오늘.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전 날인 2023년 12월 31일에 상황상 같이 있지 못했고 난 친구들과 보내려고 했으나 기차 문제로 약속이 취서 되었다. 그래서 오빠랑 나는 페이스타임으로 둘이 온라인으로 축하파티를 하기로 했다. 11시부터 각자 음식과 마실 것을 준비해서 만나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오빠와 같이 할 것이긴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새해에 혼자 있는 것이였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 낮에 조금 우울감이 올라와 긴장하기도 했지만 밤 10시 정도가 되니까 슬슬 신나지기 시작했다. 헤이즈의 3가지 코너도 준비했다. 순서는 이랬다. 1. 2024 목표를 다이어리에 적어서 발표 2. 2024년 우리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기 (이면지를 준비할 것) 3. 2024 우리 둘의 모토 정하기. 오빠는 "제 1회 함께해서 좋고" 라는 핑계고를 모방한 제목으로 사진대회를 준비했다. 총 세가지 부분인데 2023 베스트 사진, 최고로 웃긴 사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 부문이였다. 

2024 새해맞이 - 제 1회 함께해서 좋고 (Hayes, 2023)

우리는 2024 새해를 맞이하기 전 한시간을 둘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꽉꽉 채워 알차게 보냈다. 2023년을 되돌아보며 우리 둘의 잘맞는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우리의 유쾌함이 우리의 외국살이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외국살이를 하며 늘 좋은 일만 있진 않았다. 꽃길은 흙길이라는 말처럼 우리 둘의 길은 꽃길이지만 가꾸어야만 했다.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고 징검다리를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쓰여진 길이 아닌 새로운 우리만의 다리를 하나 하나 만들어서 나아가야 하기에 불안하기도 하고 열심히 걱정도 한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길이 그려져 있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될 걸 알기에 너무나도 열심히 불안해하면서도 도전한다. 나는 이런 우리의 도전에 힘을 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유쾌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힘들고 불안함을 부정하는 것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것고 아닌 그냥 유쾌하게 넘기는 편이다. 나중에 보면 별 일도 아닐 것에 너무 열심히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너무 웃기지 않냐며... 어제는 인생은 참 행복한 것이다하며 눈을 감고 행복감을 느끼자고 하다가 오늘은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냐며 인생은 힘든 것이다 한탄하는 변덕스러운 모습에 오늘의 이 순간을 웃어 제껴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면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해 좋아하고, 크게 힘들어도 한번 세게 울어버리고 다시 웃어 넘기고,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 유쾌한 기억들로 채웠다. 그래서 우리의 지난 외국살이들이 재미있고 유쾌한 기억, 추억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고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우리의 유쾌함에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둘의 2024년 모토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 로 정했다! ㅋ이 10번 들어가야 한다. 나는 Lucy의 내버려라는 곡의 가사인 "내버려둬! 터지게 둬!" 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너무 반항적으로 들린다는 상대쪽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오빠의 의견은 미래의 우리가 오늘의 우리를 바라보았을 때 해줄 말을 생각해보자는 갓이였다. 나는 과거의 나를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라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 가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저렇게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하는, 또는 세상이 무너진 듯 열심히 슬퍼하는 나를 보면 난 그냥 웃길 것 같았다. 근데 오빠가 좋은 의미들을 부여하며 현재의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모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2024년 목표는 우리의 유쾌함에 맞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 가 되었다. ㅋ는 무조건 10번이다^^

웃자 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