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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Hayes
인간은 왜 바다를 바라보는가? (부제: 북해(Nordsee) 해변 산책) 본문

친구와 함께 근교인 Wilhelmshaven이라는 도시에 나들이를 갔다. 독일 북부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북해를 구경할 수 있을 때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날씨도 좋고 친구도 놀러왔겠다 도시락을 싸들고 기차를 탔다. 해변가는 지도에서 보면 마치 길쭉한 섬처럼 보이는 지형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 조성되었다.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바닷가의 풍경보다는 거대한 호수의 산책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끝도 없이 이어진 것 같은 길을 마냥 계속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 즈음 아무데나 돗자리를 폈다.

그 곳에 간 날이 평일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혼자서 거닐거나 사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관광지가 아님에도 이렇게 평일에도 사람을 불러오는 이 수변공간에 다시 한번 독일의 일상문화에 놀라움을 느낄 무렵 문득 그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왜 그들은 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이 수변공간을 바다 쪽을 향하도록 인간이 인공적으로 조성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화론에 따라 어떠한 진화적 이유로 우리의 DNA에 바다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각인이 되어있나? 혹은 수변공간을 즐기는 시간의 역사가 문화적으로 학습되어 온 것인가? 끝도 없는 그 무엇이 어떤 공포감을 조성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나?
등 뒤로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있고 그것은 익숙한 공간이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 바다는 인간이 호흡할 수 없는 모르는 공간이다. 자연이 주는 익숙하지 않은 경관의 그 낯섦이 일상의 탈출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산책로는 거닐다 어린 소녀들이 모여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수영하기라는 행동으로 일상의 탈출을 경험했다. 그런데 두 귀를 이어폰으로 막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멈춰있는 듯 보이는 어떤 사람들은 그 자연경관을 바라봄으로 일상과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과연 풍경의 낯섦이 주는 일탈만이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 '폭삭속았수다' 라는 드라마가 열풍이였다. 그 드라마는 바다와 함께하는 삶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바다와 함께 삶을 살았던 그 사람들도 바닷가를 산책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한다. 그들의 삶이 쓰여져있고 인생의 희노애락을 안겨준 그 바다는 그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그들은 Wilhelmshaven에서 바다를 보며 사색하는 그들과는 다른 이유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인가?
우리가 바다라는 풍경을 사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문화적으로 학습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독일 포츠담의 Neuer Garten이라는 공원의 Ceilienhof는 그 유명한 포츠담회담이 열린 곳이다. 왜 하필 그 곳에서 빅3이 모이게 되었을까? 왜 포츠담이고 왜 하필 이 장소였을까? 국왕의 여름궁전이였던 이 궁전는 큰 호수를 끼고 있어 풍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자연의 풍경을 배경 삼아 자연을 거닐며 사색하는 행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시기 그 전과 후에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귀족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거닐며 자연스레 풍경은 권력층의 특권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권력층은 그 경관을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인지하게 되었는지 (또는 해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역사 속의 그들은 궁전의 삶 또는 도시의 삶을 벗어나 교외로 소풍과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행처럼 퍼져나갔고 또 하나의 권력층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도 낯선 무언가를 찾아 일탈을 위해 풍경을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풍경의 아름다움이 문화적 학습이고 그에 따른 결과로 오늘날의 Wilhelmshaven의 바다를 사색하는 그들이 바다를 보게 되는 것이라면, 인간은 권력층의 특권, 즉 자본으로써의 풍경 또는 소비되는 풍경을 자연스레 학습했던 것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처럼 인간은 역사 속에서도, 2025년에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자본적 풍경"에 영향 아래에서 살았고, 살고 있고, 살 것이다.
어떤 풍경에 대한 인상이 진화론 아래 호모 사피엔스 종에 각인된 모습인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 학습인 것인지 자본주의 아래 정의된 풍경에 대한 경험인 것인지 혹은 이 모든 복합적인 요인이 기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단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바다가 주는 풍경에 대한 인간이 보편적으로 받게 되는 인상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왜 인간은 바다를 바라볼까?

우리도 풍경을 배경삼아 거닐었고 바다를 바라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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