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Hundertwasser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을 보게 되었다. 마치 놀이공원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색들의 장식들과 곡선의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건축물의 특징들은 그의 명함이였다. 이 전에 독일 Essen의 한 공원에서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때였지만 채도가 굉장히 높은 노란 건물을 잊지 못했다. 그를 알고 난 후 그 노란 건물이 혹시 그의 흔적인가 하여 찾아보니 정확했다. 그 후 기차의 연착과 취소가 날 생판 모르는 Uelzen 역에 정거하게 했고 금새 이 역은 그의 손길이 닿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기차역은 2000년도에 완공되었고 2000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마지막 건축물이라고 한다. 위는 내부의 사진이다. 당시 나는 일상 속에서 이 역에 머물던 사람들과 함께 이 역에 있었다. 나만 이 곳에서 뭔가 다름을 감지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듯한 느낌에 누구보다 빠르게 셔터를 눌러대고 아무 일도 없던 척 했다. 이제 내가 역에 내려서 역 근처 슈퍼에서 커피를 사고 다시 역으로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의 기차역을 소개하겠다.
기차에서 내렸다. 역사로 들어가는 통로가 어쩐지 곡선이다. 나무의 모습을 본 딴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 같은 곡률을 가진 곡선이 없는 듯한 모양은 혹시 이것은 Hundertwasser의 손길인가 추측하게 했다.
계단을 내려가 역사 안 복도를 걸어가며 확신했다. 타일의 자유로운 모양들과 사진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미세하게 다른 바닥의 높낮이들은 그가 만든 공간에서 보이는 특징이였다. 계단의 각 단들에도 미세한 차이를 가진 높낮이가 있다. 이는 꼭 나무 뿌리가 자라서 토양의 높낮이를 만든 모습과 닮아 있다. 보도블럭으로 포장된 길을 걷다보면 종종 가로수들의 뿌리가 자라 올록볼록 해진 길을 볼 수 있는데 그의 건축물은 외부와 내부 그리고 내부의 네개의 면과 모든 공간 요소들이 그런 모습을 닮아 있다. 직선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고 주장한 그의 철학대로 그의 흔적들엔 직선이 없다.
그가 사용한 모든 형태과 의미는 자연에서 왔다. 그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나무의 뿌리의 형태를 인간의 혈액순환계의 형태와 의미를 동일시 하기도 했다. 인간의 모든 것이 자연에 귀속된다고 할 때 그의 모든 공간에는 자연이 보인다. 그의 건축물들의 내부 공간요소들의 형태와 색을 달라도 마치 나무의 뿌리 속에 식물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와 있는 인상을 준다.
지상의 역사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사진의 왼쪽에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식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Hundertwasser 디자인의 두번째 특징이다. 나무의 수맥 처럼 공간의 내부에선 물줄기가 흐른다. 이것은 비엔나의 다른 그의 작품에서도 보이는 특징이다. 직선이 아닌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지상의 역사가 나온다.
역사 내부의 모습이다. 나무의 줄기는 어느 하나 같은 형태를 한 것이 없다. 그 나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속성과 성질 그리고 세월의 흔적과 상처들에 따라 (당연히 직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줄기를 만든다. 그의 건축물안에 있는 기둥들도 그렇다. 그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다채로운 색감을 제외하면 형태는 마치 나무 줄기를 연상케 한다.
역사의 한 편엔 작은 그의 박물관이 있다. 각종 기념품과 책을 팔고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안내가 있다. 이 역의 모델도 전시되어있다. 사람의 스케일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라 전체 모델을 한 눈에 보면 건축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기차역의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되어 있어 기능적으로도 환경친화적이라고 한다.
전체 모델을 둘러보면 내가 공간 안에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포착된다. 바닥 타일의 전체 형태, 지붕녹화, 태양광판 한눈에 보인다.
나무가 심겨져 있는 이 화단은 내부에 있는 것이다. 나무를 둘러싼 벤치도 물결치듯 표면이 울룩불룩 하다. 페인트칠도 일정한 두께로 되어있지 않은 모습인데 이제 이것 또한 그의 의도일지 앞서 넘겨짚게 될 지경이다.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 1928-2000) 의 본명은 Friedrich Stowasser이다. Sto가 슬라브어로 숫자 100이며 Wasser는 물이다. 그래서 Hundert(숫자 100) -wasser(물)은 그의 예명으로 쓰인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예술가, 건축가, 보존주의적 환경운동가이라고 할 수 있다. 편견일지 모르겠고 이미 나의 뇌가 그의 존재를 알고 있어 편향이 일어난 것일지 모르겠느나 그의 인상부터 자유로운 예술가임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 이미지이다. 이 그림 속 건물은 비엔나에 있는 그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일 것이지만 그의 디자인 스타일은 이 색감들과 곡선 그리고 식물들과 함께 이 이미지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많은 관광품들은 이런 색감이나 패턴들을 사용하여 만들어졌고 나도 이 패턴의 컵을 하나 샀다. 색감과 패턴 그리고 올록볼록 텍스쳐까지 완벽했다. 수작업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같은 그림일지라도 내 손에 쥔 이 컵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는 직원의 말에 마치 컵에도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은 착각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 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보았다. 그 컵의 작은 패턴 사이사이로 갈색의 커피가 새어 나왔다. 컵의 행위예술인 것 같았다. 패턴들의 틈은 점점 더 갈라졌다. 그렇게 컵의 기능은 상실했고 예쁜 펜꽂이가 되었다. Uelzen 기차역은 기능의 상실과 변화가 없이 그 목적 그대로 잘 사용되고 있으니 내 컵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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