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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 탐구/Asia

일본 삿포로 겨울 | 후키다시 공원의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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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은 그 나름의 묘미가 있다. '여행'하면 화창한 날씨와 야외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생각날 것이다. 독일에 사는 나는 눈을 볼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독일에서 5년 동안 살면서 한 두 번은 본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독일 친구들이 이상기후라고 놀라곤 한다. 한국을 포함한 눈을 자주 볼 수 있는 나라들은 매년 눈이 내릴 때마다 화창한 날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설경'을 갖고 있다. 일본의 삿포로라는 눈의 도시는 바로 이 설경이 매우 뛰어나고 그래서 수많은 여행객들을 매료한다.
 

나는 삿포로의 후키다시 공원을 겨울에 방문했다. 이 공원을 방문하기 전까지도 홋카이도에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딱 그 당시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삿포로 설경의 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후키다시 공원에서 설경의 참 맛을 느꼈다.

후키다시 공원

삿포로에서 차로 9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후키다시 공원은 일본 명산 중 하나인 요테이산의 맑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유명하며 뛰어난 수질과 수량을 자랑한다. 홋카이도 사이드에는 후키다시 공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후키다시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요테이산에서 스며든 빗물과 눈이 지하에서 수십 년간 자연 여과되어 솟아나는 용천수입니다. 이 물은 하루 약 8만 톤이 분출되며, 연중 약 6.5°C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합니다. 1985년에는 일본 환경청이 선정한 "일본의 명수 100선"에 포함되었으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 이 물을 직접 받아갈 수 있습니다.
겨울의 후키다시 공원은 눈을 어디로 돌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하얀색 풍경을 가졌다.

특히 용천수와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처럼 보이는 눈덩이들은 마시멜로 같아 보이기도 하고, 산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어떤 동화 속 겨울의 장면같이 느껴졌다.

후키다시 공원

용천수가 흐르는 폭포와 그 위에 마시멜로 같은 모양의 캐릭터들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메이플 스토리에 나오는 맵으로 써도 될 듯하다. 그만큼 이색적이라는 말이다. 그나저나 메이플스토리 참 추억이다. 용천수는 수질도 훌륭해서 마셔도 된다. 물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후쿠다시 공원의 얼굴인 용천수는 겨울의 설경도 더 특색 있게 만든다. 나무가 우거진 겨울산의 설경과는 다르게 흐르는 계곡과 폭포, 즉 물과 눈이 만드는 겨울 장면은 어쩐지 동화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분도 따라서 몽글몽글 해졌다.

후키다시 공원

솟아난 맑은 용천수를 이렇게 걸어볼 수 있는 데크도 있다. '설경이 얼마나 멋진가' 를 이야기하려고 글을 써내려 가고 있긴 하지만, 사실 저 날 눈놀이에 미쳐있었다. 어디로 손을 뻗어도 눈이 한 움큼 잡히고 다른 손에는 항상 다이소에서 산 캐릭터 눈 만드는 집게(?)가 있으니 눈놀이를 하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도 많지 않다. 사실 이 포스팅도 부모님의 사진첩을 털어서 올리는 것이다. 

후키다시 공원

정자도, 언덕도, 나무도, 가로등도 다 하얀 옷을 입었다. 눈으로 다 덮여 있어 산책로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된다. 눈이 다 녹으면 어떤 길이 나올지 궁금하다. 정자가 개울 근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 개울을 따라 걸어볼 수 있는 길이 눈 아래에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정해진 안전한 길로만 걸을 수 있었지만, 봄이 오면 아마 더 많은 길이 보일 것이고 또 다른 옷을 입은 공원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후키다시 공원

공원의 입구에서도 겨울 풍경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침엽수들이 늘어져 있고 그 위에 쌓인 눈들은 툭 치면 후르륵 쏟아 내릴 것 같다.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 할머니를 이 풍경과 함께 산타할머니가 되도록 사진을 찍어댔다.

산타할머니

저 때 눈이 내리고 있던건지, 눈놀이에 다 젖어버린 내 머리부터 발끝에서 털려 나오는 눈인지는 모르겠다. 멋진 우리 산타할머니!

후키다시 공원

눈을 한 쪽에 치워놓았는데 이렇게 눈 언덕이 되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눈이 이상하리만큼 내리지 않은거라고 하는데도 이렇게 쌓인 눈들을 볼 수 있다. 정말 눈이 많이 오는 시기에 방문하면 저 언덕만큼 쌓이게 될까? 눈이 많이 오던 때 방문해보았던 친오빠가 해준 말로는, 버스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벽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겨울의 삿포로, 겨울의 후키다시 공원, 겨울의 온천수가 만드는 설경을 보러 다시 한 번 꼭, 눈이 펑펑 내리는 시기에 다시 가보고 싶다. 


위치:

https://maps.app.goo.gl/rjZuL6t3b4xRoWn46

 

후키다시공원 · 45 Kawanishi, 京極町 Kyogoku, Abuta District, Hokkaido 044-0131 일본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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