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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 탐구/Europe

이탈리아 제노바 | 제노바 항구와 일 비고 (Il Bigo)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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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서구 항구도시, 제노바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제노바는 고대부터 중요한 항구도시였고 현재는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구항구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해안가 도시들 중에 가장 큰 도시가 아닐까 싶다. 구시가지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거리도 있고 그린 페스토, 페스토 제노베제, 포카치아등 유명한 음식들도 많아서 당일여행가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토리노에서 제노바까지는 'tranitalia' 라는 앱을 통해 기차 티켓을 살 수 있고, 토리노에서 큰 역인 'Porto Susa' 나 'Porto Nouva' 역에서 대략 두시간 정도 걸린다. 가격은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는 전날에 샀는데도 편도 약 15유로 정도로 살 수 있었다.

제노바역에 내려서 중심가 쪽으로 나가면 바로 이색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5월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날씨 아래 산 언덕을 따라 밀집된 높은 건물들과 특히 뜨거운 태양빛에 말리려고 층층이 널어놓은 빨랫감들이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역에서 항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가 걸리지만 도시 풍경을 구경하며 가다보면 금방 도착한다. 이렇게 야자수가 늘어져 있는 항구가 나온다. 야자수는 확실히 남반구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이색적인 인상을 가져다 준다. 제주도 공항에 내리면 야자수가 식재되어 있는데 국내 이동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똑같았다. 토리노에서 제노버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이동한 것인데도 꼭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독일인 친구가 한국 여행에 와서 나에게 해준 이야기인데, 한국에는 소나무가 많아서 꼭 여행온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소나무가 주는 분위기가 굉장히 토속적이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은 주는데, 이렇게 다른 공간분위기에 대한 인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쨋든 이색적 풍경 조성을 위해 외국 컨셉의 레스토랑이나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이색적 식재' 로 분위기 전환을 조성해보는 것도 시도해보고싶다.

나는 갤럭시 폰을 쓰는데 내 폰으로 찍은 바다가 더 에메랄드 빛깔로 나온다. 아이폰을 쓰는 친구랑 실제로 비교해보았다. 실제 바다의 색이랑 엄청 다르지는 않지만 색을 더 잘 잡는 것 같다. 실제로 바다의 색은 살짝 푸른 빛을 갖고 있고 갤럭시폰에서 그게 극대화되어 나온다. 그래서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이국적으로 보이는 사진들도 있다.

제노바의 항구는 멀리서 봐도 현대적인 조형물이나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은 바로 'Il Bigo 일 비고' 라는 조형물이다. Il Bigo (일 비고)는 항구에서 화물을 실어나르는 크레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조형물이라고 한다. 난 큰 하얀 거미처럼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 비고의 한쪽 다리엔 전망을 볼 수 있는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있다. 이 조형물과 연결된 것인지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나중에 알았다. 멀리서보면 진짜 크레인처럼 만들어 놓긴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놓은 것 처럼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아쿠아리움'이고, 꼭 테크노볼처럼 생긴 구형의 건축물은 '동물원'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에 두 장소 다 들어있다). 그 구 안에 동물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원의 상징 조형물인지는 모르겠다. 가보진 않았다.

그리고 항구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투어용 배들도 있고 아주 화려함의 극치 극극치 극극치의 보트들이 쫙 주차되어있다. 외부도 내부도 하나하나 다 다르다. 이 보트들은 개인 소유인가보다. 해양 운송수단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료 박물관이라고 해도 믿겠다. 난 그 중 가장 내가 마음에 드는 보트를 찍었다. 네모난 프레임안에 건물들과 보트들이 가득 채운 이 풍경도 참 이색적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엄청나게 큰 크루즈 컨셉 호텔도 보았다. 그렇게 큰 크루즈는 또 처음봐서 절대 배는 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집 가기 전 언덕 위로 올라가 항구 쪽을 내려다 보았는데 그 호텔이 움직였다. 크루즈였다.. 시골쥐가 크루즈를 처음봤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갔을 때 뭔가 어린이 스포츠 관련 행사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사람들이 아주 매우 굉장히 많았다. 미니 경기장들도 만들어 놨고 무대에선 어린이들이 우연히 태권도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태권도를 이곳에서 보다니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이탈리아 어린이 선수들이 입장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근데 인사하는 느낌은 아니고 고개는 여전히 상대의 눈을 본 채로 허리만 접었다 피는 느낌이다. 눈을 보며 인사하는 문화인 유럽이여서 그런지 저 선수들에겐 허리를 숙이는 행위 자체는 그냥 세레모니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햇살이 어찌나 뜨거운지 사진에 자꾸 태양빛이 찍힌다. 썬글라스는 필수이다. 이 사진 한 장에는 이탈리아를 잘 보여주는 요소들이 동시에 찍혔는데, 바로 레스토랑들이 있는 건물 벽에 'EATALY' 라고 적혀있는 것과 그 아래 illy 커피가 담긴 것, 그리고 쨍한 햇빛이다. 화창한 날씨와 커피 그리고 먹부림! 내가 이탈리아에 기대하고 실제로 경험한 세가지가 이 한 장에 담겨있다.

항구 한켠에 낮은 나무들로 그늘을 만들어놓은 공간이 쭈욱 늘어서 있다. 실제로 엄청 더운 날 그늘과 땡볕 아래에서의 온도차는 체감상 더 극심하고 그늘의 고마움을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미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 날도 항구를 거닐다보면 금새 목뒤가 뜨거워지고 그늘 아래로 들어가버리게 된다. 심지어 여름에 해가 긴 유럽 나라라 저녁 9시가 다되가야 좀 서늘해진다.

그늘의 중요성이 더 큰 항구라는 장소의 특징 때문에 의도적으로 낮은 크기의 나무를 식재한 것 같다. 한 나무 그늘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효율성을 위해 원형벤치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 역-항구-시내가 이어져있고 도보도 이동가능해서 근교 당일치기 여행으로 제노바는 꽤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진짜 느긋하게 여행하는 스타일이면 1박도 괜찮지만, 우리도 느긋하게 다녔는데 하루면 충분했다. 13시 정도에 제노바에 도착해서 저녁 8시반 에 기차를 탔는데 볼 거 다 보고, 골목 골목 즉흥적으로도 돌아다니고, 언덕에서 경치도 보고, 그인 페스토 파스타고 먹고도 시간이 남아 포카치아를 사서 한 한시간 반 정도 항구로 다시 돌아가 물멍을 때렸다.

* 사창가가 골목골목마다 있어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다. 해가 지지 않아도 저녁시간이 되면 '아 이제 안전히 집에 가야겠다' 싶을 정도로 그 쪽 사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하며 이제 살짝 위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위치:

https://maps.app.goo.gl/nbYuk7k95jgSgnWo9

 

Porto Antico/Pegli · 이탈리아 16128

★★★★☆ · 여객선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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