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카 대성당 (Basilica di Superga)는 토리노 동쪽 10km 거리에 있는 수페르가 언덕 (Monte Superga) 에 위치한 바로크양식의 대성당이다. 1700년대에 사보이왕가의 왕실납골당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토리노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토리노에 있는 궁전 중 가장 화려한 정원을 가지고 있는 '베나리아 레알레 궁전 (Palast von Venaria Reale)'과 이 바실리카 대성당 중에 어딜갈까 고민하다 대규모의 인위적인 정원보다 풍경을 감상하며 수다나 한바탕 떠들어 재끼고 싶어서 이곳 대성당을 택했다.
Sassi 역에서 대성당이 있는 Superga 역까지 산악열차 같은 미니열차가 운행한다. 시내에서 Sassi역까지는 버스랑 트램이 둘 다 연결되어있다. Sassi역에 내리면 같이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곳이나 레스토랑 또는 작은 박물관 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산악열차의 Sassi역은 일반 역처럼 생기진 않았고 실제로 레스토랑이 있는 박물관 안에 같이 운영되고 있다.
들어왔다면, 이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건물 내부로 들어가야한다.
그럼 이렇게 생긴 키오스크가 나온다. 왕복은 6유로다. 별 다른 이유가 없디면 무조건 왕복이 필요할 것이 때문에 다른 티켓 가격은 적진 않겠다.
아무튼 카드도 가능하고 결제가 완료되면 이렇게 티켓을 한 장 받게 된다.
Sessi역 출발 열차는 매 정각에 출발하고 되돌아오는 열차는 매 정각 30분에 출발한다. 대성당이 그렇게 크지는 않기 때문에 둘러보다가 기차를 한 번 놓치면 한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넉넉하게 구경할 시간을 잡되 내려갈 기차의 시간을 고려해놓는 것을 추천한다. 티켓을 받았다면 출발시간 한 5-10분 전에 열차타는 곳에서 기다리면 직원이 알아서 입장을 도와준다.
역에서부터 작게나마 대성당이 보인다!
기차의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관광열차 느낌이 물씬 났다. 기차가 크지는 않고 작은 두 칸짜리 미니 열차이다. 그리고 올라갈때 경사가 꽤 있어서 더 이색적인 느낌이 난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풍경를 감상할 수 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았는데 꼭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나무가 가렸다. 다음은 겨우 딱 한 장 건진 사진이다.
Superga 역에 내리면 바로 작은 카페가 있다. 하나의 팁은 대성당 보다는 근처 카페 테라스의 전경이 더 좋다.
시내 쪽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에스프레소 한잔 시켜놓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1유로인가 1.5유로인가 그랬던 것 같다. 우리는 뭔가 너무 피곤해서 카페인이 필요해서 우연히 들른 것인데 생각보다 되게 좋았다.
대성당까지 올라와서 내려다보면 나무들이 풍경을 생각보다 좀 가리고 있다. 그래도 대성당 옆쪽으로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들이 있어서 그 쪽은 조금 더 괜찮을 것이다.
카페인을 채우고 난 뒤 슬슬 걸어올라가니 짜잔! 대성당이 나왔다. 어떤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한바퀴 빙 돌아보라고 권유해주셨다. 그러면서 이 장소에 관련해 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1949년에 토리노의 유명한 팀이 이 곳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1949년 5월 4일 포루투갈 원정을 다녀온 그란데 토리노 (Grande Torino) 라는 팀의 선수 18명을 포함 승객 31명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이 언덕에 부딪혀 추락했고 전원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슬픈 사실까지 가지고 있는 대성당의 장소는 건물의 뒷편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선수들의 사진과 설명 그리고 축구용품들과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사진은 찍지 않았다.
매년 5월 4일마다 토리노 FC 는 늘 이곳을 방문해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 추모공간은 대성당에서 다른 길로 별도로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대성당을 한바퀴 천천히 돌면 뒷편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도 잠시나마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고 추모비의 글도 천천히 읽어보았다. 외국은 이런 추모공간을 숨겨야하는 뭔가 영적인 곳으로 생각하지않고 오히려 존중하고 추억하고 위로하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공공장소나 이런 역사적인 공간이하고 할지라도 상관없이 추모공간들을 마련해놓은 것 같다. 베를린에 어떤 한 장소에서는 아예 보도블럭에 금장을 한 얇은 길로 동선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우연히 우리나라의 추모공간은 찾아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직접 찾아가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내비에 장소를 찍고 가는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사이에 있다던지 애매한 곳에 있어서 그 장소까지 가는데에 애를 먹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운전자 분이 자주 다니던 길인데 이런 곳에 추모공간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했던 말도 아직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방법이나 추후 세계에 대한 해석들은 모두 문화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동묘지의 장소선정이나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지되는지도 문화에 크게 지배를 받는다. 독일의 묘지공간은 도시 안에서 열린 공간으로 사람들이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접근성도 좋은 반면 한국의 묘지는 보통 산에 있고 만약 도시에 있다고 하더라도 산책과는 거리가 꽤 멀기도 하고, 요즘은 납골당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러 바실리카 대성당에 방문한 것이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이야기까지 지니고 있는 장소인 줄은 몰랐다. 대성당의 다른 얼굴을 본 기분도 들었다.
늘 그렇듯 다른 지점에서 또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위치:
https://maps.app.goo.gl/Ni7Gk4vdo618EBfcA
Basilica of Superga · Strada Comunale alla Basilica di Superga, 73, 10132 Superga TO, 이탈리아
건축물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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