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작 드라마 '파스타'를 다시 보고 있다. 집이 조용한 건 싫고, 한국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요즘 부쩍 한국 드라마를 냅다 틀어놓는다. 요리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집에서 일을 할 때도 그냥 틀어놓는다.
나도 무언가 특정한 한 가지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해서인지 '파스타'를 보는데도 저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요리사들은 요리를 잘 하고, 사장은 경영을 잘한다. 그리고 이 명작을 쓴 작가는 글을 잘쓰고, 드라마를 제작한 감독은 연출을 잘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 뭐, 이런 식이다. 그냥 요즘 내가 이런 생각들을 갖고 있나보다.
저마다 다 잘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그래보인다. 나도 전공이라는 게 있고 나름 인생의 색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만 어디든 조그만 병아리로만 머무는 느낌이 들까?
예전에 아빠가 나한테 '수십년을 더 일해온 사람들이 해 온 노력과 경험을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시간을 무시하는 것'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뭐라고 말해서 아빠가 이렇게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열정만 가득하게 뭘 말했나보다. 아무튼 수십년의 세월과 그 안에서 흘러갔던 시간들이 그들에게 '잘하는 것'이 되었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뭘 건들긴 계속 건드는데, 노력은 다방면으로 안한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뭔가 하나 딱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게 그닥 없게 느껴진다.
난 원래 성향 자체가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진 않는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뭐 하나에 깊이 빠질 때는 시즌까지 정해진다. 콘칩 시즌, 핫바 시즌, 고대 이집트 시즌, 우주 시즌, 비건 시즌, 식물 시즌, 덴마크 시즌 등 수많은 시즌들이 지나갔다. 이젠 내 방과 이 블로그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파스타'를 보면 파스타에 빠지고,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면 커피를 알고 싶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 진로 변경 검색까지 재빠르게 완료한다. 심지어 이 블로그도 시즌제일지도 모른다.
이런 성격을 갖고 이런 삶을 살아오다 보니 나는 '잘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변경될 때마다 진로까지 바꾸고 싶을 정도로 빠져든다. 그럼 압도된 그 분야를 다 알고 싶어 한다. 일상이 아예 바뀐다. 시즌의 테마와 내 일이 제발 일치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부러워한 것들을 보면 '재능'을 가진 쪽은 아니다. 무조건 '시간과 경험'이 쌓인 쪽이다. 대체로 다양한 매체에 나오거나 학교에서 뵙는 교수님들이 (어떤 전공이건) 가장 부럽다. 그들의 경험과 시간들안에 했던 공부, 전문 지식들,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그들에게 쌓이고 쌓였다. 그들도 과거에 나와 같은 병아리였던 찰나의 순간이 있을거라는 것이 상상도 안된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다도 지금 당장 나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과거의 나'도 뭘 했어야 하고, '지금의 나'도 뭘 하고 있고, '미래의 나'도 뭘 해야 한다. '노력' 말이다. 장기전도 이런 장기전이 아닐 수 없다. '잘하는 것'은 결국 오래 달리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난 애초에 단거리는 욕심 내본 적도 없고, 오래 달리기는 1등은 못해도 3등안에는 든다. 3등까지만 도장을 손등에 찍어줬다.
돌아 돌아가도, 순간 내가 원하는 선택만 하고 걸어가도, 원하는 큰 방향으로 오래 달리기만 하면 나도 뭔가 하나는 잘하게 되지 않을까? 난 오래 달리기 3등은 하는 애니까, 지금 날 위한 선택을 해서 결국 도달지점에 조금 늦게 가더라도! 난 3등을 도장을 찍기 위해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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