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 | '여왕의 궁전' 빌라 델라 레지나 (Villa della Regina)와 '여왕의 포도밭'
'여왕의 궁전' 빌라 델라 레지나 (Villa della Regina)와 '여왕의 포도밭' (Vigneto della Regina)
제목 이걸로 하고 싶었는데 너무 길다고 짤렸다.
Villa della Regina는 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17세기의 사보이 왕가 여왕들을 위한 여름 별장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빌라 델라 레지나 (Villa della Regina)는 '여왕의 궁전'이라는 의미이고 정원에 오른편에 역사적인 포도밭이 있는데 이름은 빈녜토 델라 레지나 (Vigneto della Regina)로 뜻이 '여왕의 포도밭'이다.

이 궁전은 강을 기준으로 시내 중심가 반대 구역에 있는데, 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서 토리노 시내를 내려다보면 전망이 너무 예쁘다. 시내에서 걸어서 대략 30-4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제 다리를 건너서 언덕을 쭈욱 올라가야 한다. 시내 중심가에서 또 하나의 관광지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Ponte Vittorio Emanuele) 다리를 건너가는 경로로 가게 될텐데 시내 구경하고, 강을 보며 걷고, 다리를 건너오면 체감상 궁전까지 별로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버스도 있다! 우리는 궁전이 언덕에 있는지 모르고 걸어갔다.
이 궁전을 가기로 한 이유는 바로 이 궁전의 정원이 꼭 반구의 원형경기장처럼 생겨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외관이 그냥 마냥 예쁘기도 했지만 기능적 이유가 또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무튼 언덕을 아주 천천히 구경하며 올라가니 누가봐도 제가 입구입니다^^ 하는 입구가 바로 보였다. 오와..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언덕은 과연 몇도의 경사일까.. 라는 추측도 미처 하지 못하고 엉금엉금 올라갔다. 우리가 토리노에 머무는 동안 삼만보씩 걸어다녀서 더 힘들어하는 것도 있다.

이 입구를 지나면 이제 궁전이 더 가까워 보이고 분수대를 볼 수 있다. 이 분수대는 정원의 앞뜰에 있다. 앞뜰은 성벽으로 감싸져 있고 궁전 앞뜰의 입구에는 (내가 방문했을 때는) 울타리가 쳐져 있어 들어가보진 못했다. 임시로 울타리가 쳐진 것인지 상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세히 보면 머리가 없는 조각상들이 있는데, 분수대에 대칭적으로 머리가 없는 조각상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친구가 큰 호기심을 가졌다. 우린 여유있게 걸었고 공원과 조경에 큰 관심이 있는 나는 친구에게 흥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주 언급하게 된다.
뭔가 친구가 조각상이 머리가 없고 대칭성에 대한 의미까지 공간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것 까지 비전공인 친구가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는게 좋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의 목적인 정원으로 가기 위해 일단 궁정 안의 매표소로 들어갔다.

궁전 내부는 안들어가고 정원만 입장하면 성인은 5유로이고 궁전내부까지 들어가려면 10유로 짜리 티켓을 사야한다. 궁전의 규모에 비해 내부까지 관람하는 것은 좀 비싸다고 생각이 들어 정원만 가기로 했다.
***여기서 또 학생의 어마어마한 장점이 또 나온다. 학생은 궁전 내부 + 정원까지 2유로 밖에 안한다. 정원만 따로 가는 티켓은 없다. 그렇게 우리는 티켓을 사고 드디어 정원으로 입장했다.
여기서 참고해야 하는 것! 관람순서가 내부-정원 순이라 정원 먼저 갔다가 궁전 내부를 관람하고 싶으면 궁전으로 다시 들어갈 때 아직 내부 관람안했다고 잘 설명해야 한다.
나는 정원 티켓만 있어서 친구랑 나랑 같이 정원을 둘러보고 친구가 궁전으로 들어갔는데 이탈리아어로 제지당했고 겨우겨우 영어를 할 수 있는 다른 한 방문객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이탈리아의 정원양식 중 큰 특징은 정원이 계단식이라는 것이다. 계단식 정원과 그 경사를 통해 만들어낸 분수대를 이 궁전도 갖고 있었다. 이탈리아식 정원의 대명사인 로마 근처 티볼리에 위치한 '빌라 데 에스테'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계단식 정원에 비해 화려함은 크지 않았지만 이곳은 소박함이 매력인 정원이다. 사실 '소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참 애매한게 어쨋든 왕가의 정원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객들이 유명한 도시의 유명한 궁전과 정원에 가서 볼 수 있는 모습에 비교하면 꽤 소박해보였다. 심지어 우리는 이 소박한 모습에 이 곳엔 왕족이 아니라 귀족 정도의 계층이 살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친구가 마지막에 혼자 내부에 들어갔다가 사보이왕가 여왕들이 사용했던 곳이였다고 알려줬다.

정원은 언덕이라는 지형을 이용하여 길이 나있었고, 곳곳에 인공동굴, 분수, 폭포 등등도 함께.조성되어 있었다. 경사면에 작은 나무들이 조성되어 있었고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난 무조건 사과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면 옛날에 의미상의 역할로 식재된 열매를 맺는 나무일 것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얘네들은 바로 배나무였고 배 열매였다. 왜 하필 배나무를 심었을까? 라는 고민에 빠져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어플에 물어보기 위해 찍은 열매 사진만 있다. 원활한 정보 전달을 위해 멀리서 찍은 사진에 배나무가 심겨있는 부근을 확대한 모습도 함께 올렸다.


정원 안으로 나있는 길을 구불구불 올라와도 되고 정원을 둘러싼 외곽길로 올라와도 된다. 정원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두 길 다 가봐도 된다.

이렇게 토리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여기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던 것 같다.

위 사진의 오른 쪽에 보이는 농경지가 바로 '여왕의 포도밭' 이다. 2003년에 프레이사라는 품종의 포도나무를 다시 심어서 전통적인 포도밭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이 포도밭은 실제로 17세기부터 왕실 전용으로 포도주를 생산하던 곳이라고 한다. 사보이왕가의 직속 와인 생산지였기 때문에 역사가 깊고 복원되어서 장소성이 더욱 의미있어졌다.

포도밭엔 들어갈순없지만 꽤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출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정원을 통해 나가야 한다. 포도밭을 지나서 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출구가 있다. 동선을 잘 안내되어 있어 어렵진 않을 것이다. 출구로 나오면 조성된 작은 정원을 볼 수 있는데 이 정원을 통해 들어가면 식수대와 회장실이 있다. 이 작은 정원의 노란 톤의 식재가 되게 마음에 들었다. 이 식재조합에 대해서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아 그리고 궁전의 내부는 나는 관람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들어가서 구경해보곤 내가 굳이 5유로를 추가로 내고 관람하진 않아도 되겠다고 말해줬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한다. 난 친구가 찍어온 사진으로 남아있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어 고마웠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고 우리의 상황에 이렇게 판단한 것이으로 개인이 흥미와 상황에 따라 결정하시기 바란다. 베르사유 궁전 정도의 규모를 기대하고 시간까지 없다면 과감히 패스해도 될 것이다.
주소:
https://maps.app.goo.gl/6bVMoUUcotkvJJ42A
Villa della Regina · Turin, Metropolitan City of T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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